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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와 다르다”… 환율 숫자보다 달러 곳간 보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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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고환율에도 차분한 한국은행사진=권현구 기자미국·이란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1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밀려났다.
 전날 1530원을 넘기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하루 만에 급락한 것이다.
 중동 정세에 따라 환율이 언제든 다시 뛸 수 있다는 전망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태연한 모습이다.
 환율 수준 자체보다 달러를 실제로 구할 수 있는 ‘외화 유동성’을 위기 판단의 기준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8.8원 내린 1501.3원을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종전 기대가 커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다소 진정된 영향이다.
 이날부터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된 점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환율이 큰 폭으로 내렸다고 해서 긴장이 풀린 것은 아니다.
 환율은 여전히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대에 걸쳐 있다.
 중동 상황이 다시 악화하면 환율이 재차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한은은 비교적 차분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신현송(사진) 한은 총재 후보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환율 수준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한은이 환율 숫자보다 외화 조달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값이 비싸졌다는 의미일 뿐, 시장에서 달러가 고갈됐다는 신호는 아니다.
 한은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서 “외화자금시장의 달러 자금 사정은 매우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달러를 못 구하는 위기라기보단 달러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뛰는 국면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런 판단은 1997년 외환위기와 비교하면 더 선명해진다.
 1997년 11월 공식 외환보유액 242억달러 가운데 실제로 쓸 수 있는 가용 외환보유액은 92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외채 구조도 취약했다.
 당시 외채 약 1200억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만기 1년 이하 단기부채였고, 상당 부분이 연말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구조였다.
 실제 외국 금융기관이 만기 연장을 꺼리면서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반면 현재 한국의 사정은 외환위기 당시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4276억달러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는 지난해 말 기준 1790억달러로, 외환보유액이 이를 크게 웃돈다.
 급하게 갚아야 할 달러 빚보다 손에 쥔 달러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도 904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이 외국에서 빌린 돈보다 해외에 쌓아둔 자산이 더 많은 순채권국이라는 의미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단기외채와 외환보유액, CDS 프리미엄과 경상수지 등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대외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외 변수 탓에 환율이 높은 건 부담이지만, 외화가 마르거나 시장 기능이 흔들리는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이런 인식이 국민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환율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메시지가 시장에는 안정 신호가 될 수 있어도 국민에겐 물가 부담과 생활비 압박을 외면한 발언으로 들릴 수 있어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뛰고 유가와 원자재 가격 부담도 커진다.
 외화부채가 있는 기업은 상환 부담이 늘고, 고환율이 길어질수록 소비와 투자심리 전반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을 둘러싼 해석은 한은과 시장, 국민 사이에서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598억7825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59억6511만달러(9.1%) 줄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0.9% 감소했다.
 환율 급등기에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거나, 신규 달러 매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후보자는 국제금융과 거시경제 분야에서 엘리트 경력을 쌓아온 인물인 만큼 환율을 시장 기능과 지표 중심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하지만 그럴수록 고환율로 직접 타격을 받는 취약 계층의 현실과는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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